"C+ 받았지만 포기 안 했다"…펜스테이트 의대 김은영 학장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의대 총 책임자가 된 김은영(영어명 캐런·사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의대 신임 학장은 ‘여성’과 ‘소수계’의 한계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 6월 1일자 A-1면〉 현재 시카고 의대 연구 담당 부총장인 그는 최근 20년 동안 아시안과 아시안 여성에 대한 균등한 의료 권리를 주창해왔다. 그의 노력과 꿈, 후배들에게 주는 조언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의사의 꿈은 언제부터 꿨나. “네 살 때부터라고 기억한다. 가족 중에 의사가 없었고 과학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수학을 잘하는 전형적인 한인 아이도 아니었다. 화학에선 C+를 받았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의료 평등’을 수십 년 외쳤다. 왜인가. “그냥 평범한 의료인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60대의 젊은 나이에 어머니가 B형 간염으로 1996년에 결국 돌아가셨다. 내가 적어도 의대에서 공부하며 들어보거나 연구하지 않았던 병이었다.아시안들, 한인들이 걸리는 질병에 대해 사회적, 국가적인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분명히 뭔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20여 년 전에 단체를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시카고 한인사회에서도 활동을 많이 했다. “두 분(고 김태범 한인회 공동 설립자, 고 홍성옥 박사) 모두 시카고대 대학원을 나오셨다. 물질이 아닌 가치를 가르쳐 주셨고, 배운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를 잘 알려 주셨다. 훌륭한 분들이다.” -오빠인 김광우 총장도 예술대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빠는 천재다. 아직도 철학을 전공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하겠다고 했을 때 놀라던 부모님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오빠는 학교 책임자로서 음악적 재질을 가졌어도 재정이 어려운 많은 학생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 자랑스러울 뿐이다.” -‘첫 의대 학장’에 의미가 깊다고 들었다. “배경을 보면 그렇다. 일단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 중 20%가 아시안이다. 하지만 전체 158개 의대에서 아시안 학장은 2%에 불과하다. 학장 인선위원회 관계자가 ‘영어가 두 번째 언어이면 안 되고 복종적이고 겸손한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유리 천장’이 있는 것이다. 조금씩 깨야 한다.” -그럼 본인이 학장으로 천거된 것은 예외인가? “오히려 캠퍼스 밖에서의 활동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의도와 목적을 명확히 갖고 25년 동안 아시안 의료 권리를 외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를 통해 의대 내 의료 불평등에 대한 커리큘럼을 최초로 만들었다. 이런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준 학교에 경의를 표한다. 시카고의 활동을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확대하려고 한다.” -한인 학생들도 가고 싶은 길일 것이다. 조언이 있다면. “자신을 믿어라. 도움이 필요하면 주위에 요청해라. 혼자 고민하지 마라. 목표를 두고 정진할 때는 멈추지 말고 집중해라. 주변 사람들이 ‘그만하면 잘했다’고 이야기해도 기준은 스스로 만들어 움직여라. 한계를 설정하지 마라. 자신을 믿으면 반드시 할 수 있다.” -가족들도 기뻐할 것 같다. “보통 가족끼리는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식구들에게 알렸더니 깜짝 놀라고 반가워했다.” 최인성 기자펜스테이트 김은영 의대 학장 아시안 학장 시카고 한인사회